우수상 [시] - 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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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다
매일 산에 오른다
들꽃과 잔디를 보며 안도한다
더는 외롭지 않겠다
주변을 서성이는
나비, 참새, 작은 날벌레까지도
너에게 찾아온 손님 같아서
나를 맞이하는 너 같아서
부서질까 소중하여
함부로 다루지 못했던
겁이 많아 늘 내 곁에 머물던
너라서 나는 이 산을 택했다
오늘 너가 좋아하던 음식과
수줍은 연둣빛 모종을 가져 왔다
땅을 다지고 두 세번 마음을 다지고
다시금 사랑을 키운다
등성이를 오르는 한마리의 개미조차
가엽게 느껴지는 이 아래 너가 있다
매일 산을 오른다
너를 만난다
작품설명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어떠한 위로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 간이 지남에 따라 진한 슬픔은 조금씩 옅어지는 듯하지만 슬픔은 예고 없이 찾아 온다. 너를 땅에 묻은 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놓아 울었다. 행복했던, 서로의 웃 음만이 가득했던 기억보다 후회 속에 네게 상처를 준 일들만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고 너를 찾을 때마다 아직 이 공간에 함께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 안하다. 주변에 피는 꽃과 주위를 맴도는 새와 나비, 사소한 날벌레를 보고도 괜 히 심장이 뛴다. 나를 반기는 너의 모습 같아서, 늘 너를 찾는 손님 같아서. 아, 더 이상 외롭지 않겠다. 꽃집을 지날 때면 수줍게 얼굴을 내민 작은 모종들이 눈에 띈다. 너를 만나러 갈 때 모종을 가지고 가던 일이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어 매번 모종을 찾는다. 조심 스러운 삽질로 새로운 사랑을 심는다. 등성이를 오르는 한 마리의 개미도 소중한 여기 이곳에 너가 있다. 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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