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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홍보물 공모전우수상 [시] - 벚나무 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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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수목장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 별이 된다는데

머나먼 별 밭에 누워 있으면

자식들 눈만 괜히 어지러울까

화원에서 사 들고 온 작은 묘목 한 그루

그래

하늘에 별이 되자니 좀이 쑤실 터이니

사시사철 피고 지는 벚나무가 좋겠다

불어오는 미풍이 좋은 봄날엔

편지 몇 자 적은 화우 사방에 흩날리고

삼복더위 활개 치는 여름 한낮엔

내 새끼들을 위한 손 그늘이 되어 주고

마음 한 켠 쓸쓸한 가을이 오면

황혼의 아름다움을 꽃이 되어 알려주겠다

그리하여 매서운

찬바람에 눈물 시린 겨울이 오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설경(雪景)을 보여주마

어떠냐, 나 가거든

저기 저 언덕 우에

너희들이 잘 보이는 저 언덕 우에

이 작은 묘목을 꼭꼭 심어다오

한평생 짝사랑 내리사랑 하였으니

이번엔 너희들이 나를 길러주지 않으련

울지마라, 저세상에서도 할 일이 많은 나는

벌써 지레 설레는데

울지마라, 그래도 서운하다면

더러는 내 곁에 앉아 머물다 가면 되지




작품설명


언젠가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사진사 아저씨께서 무료봉사로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멋쩍어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들어 줄을 서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자식들은 썩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왠지 서글프고 금방이라도 닥친 것 같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두면 도리어 장수한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자식들은 손사래부터 치고 봅니다. 세상이 변한 만큼 우리네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황혼기란 저물어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에게 예기치 못한 당혹감과 슬픔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생전에 장례를 준비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고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는 것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수목장을 주제로 한 시를 적어 봤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장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목장은 꺼져 소멸하는 것이 아닌 다시 소생하고 자라나는 그래서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연장이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그만한 비용 절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하나의 쉼터가 되기 때문에 유족들이 종종 찾아와 머물며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시 속에서 화자는 부모입니다. 나중에 자식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게끔 미리 수목장을 분부하고 또 그것의 장점을 일러주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닌 늘 곁에 있음을 강조하며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장례 당사자뿐 아니라 유족들 역시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었습니다. 


Copyright 2020.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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